영어 이름 추천 안 하는 이유 - 한글 이름 쓰는 게 좋은 이유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의 한국식 이름과 함께 영어식 이름을 갖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인터넷이나 주변에서 영어 이름 추천을 많이 받는다.

 

나 또한 이십 대 시절 뭔가 멋져보이고 싶고,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에 영어 이름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특히, 해외에 나가서 외국인을 만날 때면 내 진짜 한글 이름 대신 영어 이름으로 소개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 생각하면 뭔가 한국식 이름은 촌스럽고, 영어식 이름은 쿨하고 멋지다는 이상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영어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서도 혹시나 영어 이름 추천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가급적이면 한글 이름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영어 이름이  필요한 이유가 없다

영어 이름을 갖고 싶다면 본인에게 스스로 이유를 물어보자. 나는 왜 영어 이름이 필요할까? 

 

그냥 갖고 싶어서..

멋지니깐..

글로벌 시대에 나도 뭔가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한글 이름이 촌스럽게 느껴져서.. 

 

이 정도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본인 이름이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이라서 라는 이유를 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나라 식으로 한글 이름을 지었는데 외국인들이 내 이름 발음을 어려워한다는 이유로 굳이 영어식 이름으로 바꿔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다.

 

(내 이름 발음이 어려워도 그들이 노력을 해서 내 이름을 불러야지, 내가 그들에게 맞출 이유가 전혀 없다)

 

즉, 내가 미국인도, 영국인도, 호주인도 아닌데 굳이 나만의 멋진 한국 이름을 두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영어 이름을 지어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원어민들은 본인의 이름을 굳이 다른 나라 언어로 바꾸지 않는다

영어 이름에 대한 집착은 유독 한국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부분인데, 해외 유명 연예인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 그들의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계정 이름을 보면 대부분 자신의 본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뒤에 official이라든가 숫자 등을 덧붙이는 경우는 많이 있지만, 이름을 아예 다른 나라 언어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영어 이름이 무조건적으로 가장 멋지고 쿨한 이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영어 이름이라서기 보다는 그냥 그들은 자신의 (영어식) 이름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표적인 이름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한국에 귀화해서 본인의 정체성을 한국인이라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 한국식 이름을 갖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미국의 영수, 영철, 철수와 영희가 되고 싶은 것인가?

우리가 흔히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영어 이름들의 경우 영미권에서는 매우 흔하고 그만큼 익숙한 이름일 가능성이 높다.

 

그 말은 즉슨, 그들에게는 우리의 영어 이름이 우리나라 옛날 교과서에 나올 법한 (흔하디 흔한 이름) 영수, 영철, 광수, 민수, 철수, 영희 등등.. 과 같은 느낌의 매우 지루하고 평범함에 다를 것 없는 이름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한국식의 특별한 한글 이름이 그들에게는 새롭게 느껴지고, 멋지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왜 우리는 외국인들에게는 익숙하고 평범한 이름으로 나를 포장하려드는 걸까?

 

한국적인 게 가장 힙하다

영어 이름 하면 평생 잊혀지지 않는 나만의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이십 대 때 영미권 국가로는 처음으로 호주에 간 적이 있었다. 당시 도착 첫째 날로 시내 호스텔 한 곳에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미국인 친구 한 명이 있었다.

 

그 친구가 날 보자마자 "Hi"라고 인사한 뒤 내 이름을 물었다.

 

그 때 당시 나는 한국에서 미리 해외에서 사용할 영어 이름을 골라 놓고 왔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내 영어 이름으로 나를 소개했다.

 

그러자 그 친구가 표정이 바뀌더니 다음과 같은 말을 내뱉었는데 매우 충격적이었다.

"No, I mean.. what's your fxxking real name?"

 

 해외에 도착하자마자 생판 낯선 얼굴의 외국인에게 f로 시작하는 영어 욕을 들으니 정신이 어지러웠다.

 

그래서 내 진짜 한국 이름을 말해주자, 그가 대답했다.

"Yes, that's your name. I like your name."

 

그리고 그 뒤에 그 친구가 뭐라 뭐라 덧붙였는데, 기억하기로는 너 스스로 자신의 이름과 문화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라는 그런 식의 말이었다.

 

당시에는 그 순간이 매우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 한글 이름이 어때서 나는 굳이 왜 영어 이름을 사용했는가.. 나는 한국인인데 왜 내가 굳이 원어민 인척 하려 했던가.. 

 

많은 사람들이 뭔가 나만의 영어 이름을 갖고 싶어하지만, 영어 이름을 따로 쓸 필요가 없는 이유는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적인 게 가장 힙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글 이름이 그들에게는 오히려 더 세련되고, 멋진 이름이며, 그들은 가지지 못한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물론 영어 이름을 인터넷 아이디나, 가명의 목적으로 일부 사용하는 것은 찬성한다. 하지만, 영어 이름에 나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뭔가 포장하려는 목적의 사용은 비추천한다. 

 

그래서 나는 영어 이름 추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냥 본인의 한글 이름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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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한국계 미국인 배우인 이기홍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한글 이름과 관련해서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부분을 봐도 굳이 한국이라면 영어 이름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본인의 기홍이라는 이름이 너무 한국적이라 싫었던 이기홍이 부모님께 한국식 이름에 대한 불평을 얘기하자 부모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매우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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