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가볼만한 곳 수리산 수암봉 오르기
- 지식정보
- 2019. 6. 11. 17:17
아내와 둘이서 월요병 없이 맞이하는 첫 주의 시작! 아침을 먹고 노트북을 하던 중 아내가 갑자기 산에 가고 싶단 말을 했다. 결혼하기 전부터 산을 좋아했던 아내이지만 산을 싫어하는 나 때문에 결혼 후에는 한번도 제대로 산에 가본 적이 없었다.
모처럼 미세먼지 없이 깨끗한 하늘에 맑은 공기도 쐴 겸, 안산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오른적이 있다는 수암봉에 다녀오기로 했다. '나가자'는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아내는 이미 갈 곳을 찾아본 모양이었다.
수암봉은 안산시 상록구 수암동과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에 걸쳐 위치한 산으로 해발은 398m이다. 한 시간 내외로 가볍게 오르기 좋은 산인데 예전에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한번 가본 기억이 있지만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진 않았다.
가볍게 금방 다녀올 생각으로 옷을 갈아입은 후 아내와 바로 수암봉으로 향했다.
차로 약 15분 정도를 달려 수암봉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수암봉 산 초입에는 바로 공영주차장이 있었는데 월요일인데도 우리 말고도 꽤 차들이 많이 있었다.
차를 가볍게 주차한 뒤 산에 오르기 전 먼저 화장실을 다녀왔다. 수암봉 위에 올라가서는 야외 화장실이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산에 오르기 전 화장실 다녀오는 것은 필수다.
화장실 입구 근처에 수암봉 등산 안내도가 붙어 있었다. 수암봉 코스는 총 4가지가 있었는데 우리는 가장 일반적인 1코스를 선택했다. 총 1.4km의 거리로 큰 부담이 없는 코스였다.
주차장 앞쪽에는 산에 올라갔다 내려올 때 신발이나 옷의 먼지를 털어낼 수 있는 에어블로워가 마련되어 있는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우리도 나중에 산을 내려와서 에어블로워를 사용했다.
보이는 방향으로 올라가면 바로 1코스로 접어들 수가 있다. 입구 초입에 따로 표지판이 없어 조금 헤맬 수 있었는데 앞에 계신 할머니께서 친절하게 길을 설명해 주셨다.
주차장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다보니 점점 흙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길 양옆으로 나무와 풀이 많이 우거져 식물원에 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길을 조금 오르다보니 찾던 표지판이 나왔다. 우리는 수암약수터를 지나 오르는 코스라 화살표 방향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전날 간 밤에 비가 많이 와서 미세먼지 없이 공기가 맑았는데 대신 공기가 조금 습했다.
산은 꽤 큰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걷기에 좋았다. 길이 막 험하지도 않고 산책로랑 중간중간 의자들이 많이 있어 오르기 편했다. 우리보다 앞서 먼저 수암봉에 올랐다 내려오시는 분들도 꽤 많이 보였다.
확실히 산에 가기까지는 귀찮지만 오르면 좋은 것 같다. 공기 자체가 확실히 다른게 느껴진다. 날씨가 조금 습해 땀이 끈적거리긴 했지만 공기 자체가 맑고 시원해 좋았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렇게 돌로 만들어진 큰 탑이 중간중간 보였는데 시에서 일부러 만들어 놓은 건지 많이 보였다.
나무 껍질에는 파란 이끼랑 조그맣게 돋아난 줄기도 보였다. 동네 뒷 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산을 걸어보니 나무랑 풀도 많고 진짜 산(?) 같았다.
이런 큰 나무들을 볼 때면 나이가 얼마나 됐을지 궁금하다. 나무 밑동만 해도 크기가 어마어마한데 이렇게 오래 살아 있는 것도 신기했다.
매일 컴퓨터 스크린만 바라보느라 눈이 많이 피로했었는데 오랜만에 초록색을 봐서 그런 지 눈도 편안했다. 노트북 스크린에 화면보호기로 아무리 초록색을 넣어놔도 실제 자연의 색을 따라갈 수는 없는 것 같다.
등산로 옆으로 빨갛게 익은 열매들이 자주 보였는데 뱀딸기와 산딸기였다. 뱀딸기를 보니 어릴 적 집 뒷뜰에 새빨간 뱀딸기가 핀 걸 보고 살짝 입으로 씹었는데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색깔만 보고 산딸기라고 착각했었는데 나중에서야 그게 뱀딸기라는 걸 알게 됐다.
중간에 이렇게 공연이 가능한 나무 데크로 된 무대도 만들어져 있었는데 여기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야외 견학 교육도 이뤄지는 것 같았다.
등산로는 처음에 흙길로 시작했다가 중간중간 나무 계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나무계단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산을 오르는데도 매우 편했다.
그렇게 한 20분 정도를 걷다보니 수암약수터에 다다랐다. 이 곳에서 페트병에 물을 받아 가시는 분들도 꽤 많이 있었는데 우리는 물을 따로 싸와서 손만 씻었다. 확실히 산에서 나오는 약수물이라 물이 차가웠다.
가볍게 손을 씻고 다시 길을 오르다보니 두 가지 길이 나왔다. 하나는 돌로 된 계단이고 하나는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이었는데 이제까지 올라오는 길이 넘 시시하게 느껴져 우린 돌 계단쪽으로 올랐다. 그런데 나중에는 정말 바위만 있는 길이 나와서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길은 아까 보이던 나무로 만든 계단이랑 나중에 합쳐진다.
괜히 바위길로 올라서 힘은 조금 들었지만 그래도 좋았던 점은 다람쥐를 봤다는 점이었다. 바위를 밟으면서 바닥만 보고 올라가는데 아내가 갑자기 '다람쥐다!' 라고 외쳤다. 아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봤더니 정말 다람쥐가 보였다. 원래는 돌 위에 있던 다람쥐 한 마리만 보였는데 갑자기 다른 한 마리도 나타나더니 둘이 포즈를 취했다. 덕분에 다람쥐 사진을 남겼다.
산 초입과는 다르게 오를수록 산이 점점 가팔라졌는데 조금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힘들진 않았다. 코스가 워낙 짧기도 하도 그다지 가파르지 않아서 어린 아이들도 충분히 쉽게 오를 수 있는 정도였다.
정상에 어느 정도 다다르면 멀리 시내 전경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정말 엄청나게 많은 아파트가 보였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아파트 밖에 안 보였다.
여긴 헬기장이었는데 바닥에 돌로 H라는 표시가 있어 이 곳에 헬기가 착륙 가능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1코스에서 헬기장이 보인다는 건 정상까지 거의 다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틈틈이 산 멀리 보이는 전경을 눈에 담았는데 아내가 갑자기 '롯데월드 타워가 보인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설마 무슨 롯데타워가 보여' 라고 말했는데 정말 저 멀리 희미하게 롯데타워가 보였다. 이 날 시계가 좋아서였는지 높이 솟은 롯데타워가 맨눈에도 잘 보였다.
날씨가 조금 흐리긴 했지만 미세먼지가 없어 확실히 멀리까지 시내가 잘 보였다. 날씨만 조금 더 쨍쨍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미세먼지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로 했다.
수암봉 정상에 오르면 왼쪽에는 이렇게 나무로 데크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고 오른쪽에는 수암봉 비석이 있었다. 우리는 먼저 데크 전망대로 향했다.
나무로 깔끔하게 전망대가 잘 만들어져 있었다. 완전 360도 까진 아니지만 거의 360도에 가깝게 경치를 둘러 볼 수 있어 좋았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메인 부분이 바로 안산시 전경이었다. 그래서 안산시 조망안내도와 함께 내려다볼 수 있었는데 탁 트인 전경에 기분도 상쾌하고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바로 아래로 보이는 기다란 도로가 서울외곽순환도로라고 하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저 길을 매일 하루종일 왕복해 다녔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었다.
수암봉 높이가 398m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높게 느껴졌다. 솔직히 산 해발고도로 치면 500m도 안 되는 매우 낮은 산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또 집에서 30분 거리 안에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이 있다는 점도.
전망대쪽을 한참 구경한 후 반대쪽 수암봉 비석쪽으로 올라갔다. 비석이 있는 바위 부분이 더 높았는데 조금 멀지만 전경이 더 넓게 보였다.
수암봉 비석이 있는 반대편은 안양시 쪽이어서 그런지 안양시 조망도가 있었다. 주변 산자락 때문에 안양 시내 전경은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푸른 산이 가득한 풍경도 멋있었다.
경치 감상 후에는 아내와 바위에 앉아 싸온 간식과 과일을 먹었다. 산에 오르느라 땀도 많이 나긴 했지만 같이 온 아내가 좋아해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산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이번에 수암봉은 오르면서 크게 힘들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만큼 수암봉은 누구나 부담없이 오르기에 좋은 산인 것 같았다. 가끔씩 너무 무리하지 않고 산림욕을 즐기거나, 또는 가볍게 운동하기 위해 산에 올라도 좋을 것 같다.
이 글을 공유하기